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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National Library for chldren and young ad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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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은 2006년 12월 23일부터 사회 저명인사와 평론가, 작가, 칼럼니스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청소년에게 책·독서에 대한 단상 및 독서의 중요성 등에 대한 칼럼을 집필하고 있으며, 「도서관이야기(월간)」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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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프로그램 정보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칼럼명 책 속의 청소년과 마음속 청소년
    집필자 이남석 (작가)
    내용 책을 읽으면 저자가 말을 걸어온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저자의 것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도 아니다. 내가 생각 할 때 듣던 바로 그 마음의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 심리학에서는 이 목소리를 “내면의 소리(Inner Speech)”라고 한다. 자신이 생각할 때 듣던 목소리로 책에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과정을 통해 독자의 마음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게 독서가 가진 힘이다.
    커다란 나무를 잘게 나누고 나눠서 만든 종이. 그 종이가 모이고 모여 책이 되었어도, 예전 큰 나무였을 때를 잊지 못한 듯 타종식에 쓰이는 두꺼운 나무처럼 강하게 마음을 친다. 그러면 생각이 종처럼 울려 퍼진다. 그렇게 울려 퍼지고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면 개인적으로 나는 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 마음속 울림이 그들의 목소리로 퍼지기를 바라면서. 그 마음과 글이 쌓이고 쌓여 어느덧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30권 이상의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내 주된 일상을 살펴보면 작가라기보다는 독자에 더 가깝다. 그래서 왜 쓰는가라는 질문보다는 왜 읽는가라는 질문에 더 익숙하다. 왜 읽을까? 그것도 하필 청소년 책을 왜 읽을까? 여러분이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청소년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는. 그러나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청소년이 있다. 그래서 그 마음속 청소년이 책을 읽게 한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읽으며 분노와 연민을 느끼고, 꿈을 꾸며 혼란스러워하는 이야기에도 공감한다. 나는 이제 커서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아 안심된다는 마음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마음이 나를 압도해서 책을 계속 읽게 한다. 책 속의 청소년은 그렇게 내 마음속 청소년이 된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 모두 청소년의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노인도 청소년같이 자아정체성을 놓고 고민하고 가족보다는 또래와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중년과 청년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아동도 때로는 진지하게 “내가 누구지? 난 무엇을 해야 하지?”라면서 청소년기에 할 법한 질문을 마음속에 떠올리기도 한다.

    청소년으로서 책 읽기
    그런데 이쯤에서 진지하게 질문해 봐야 한다. 사람들은 마음속 청소년으로 책을 많이 읽을까? 정작 청소년은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은 청소년 책을 얼마나 읽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느라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것이다. 첫째,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 둘째, 책을 종이 뭉치로만 보는 정도를 넘어서서 무슨 위험 물질인 것처럼 가급적 멀리하려는 사람. 수년간 통계를 보면 둘째 유형의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 상황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내면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나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 책은 강철로 만든 벽이다. 그 어떤 소리도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지만 영화로 바뀌어 나오면 책 속의 청소년이 하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마음속 청소년과 만나서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출판사와 작가,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모든 책을 영화로 바꾸는 작업에 열정을 쏟아야 할까? 현실은 이미 답을 주고 있다.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지 못한 현실을 보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영상이니 글자니 그림이니 하는 매체의 형태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깨울 만큼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책 속 청소년과 만나는 마음들
    질문이 어느덧 바뀐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독자의 입장에서, 울림이 많은 책들이 모여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도서관을 찾을 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청소년이, 혹은 어떤 청소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도서관을 찾았을 때 있는 힘껏 생각의 종을 쳐줄 수 있는 책이 있는가? 책을 추천할 때 서지정보와 책 내용 요약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와 연관될 것이 한 줄이라도 들어갔는가? 안 그래도 사람들이 잘 찾는 웹툰 등의 책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추천하기는 하지만, 살짝 옆에 메시지가 남다른 책을 함께 넣어 두기도 하는가? 이 질문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 도서관이 내 마음속 청소년과 친구가 될 수 있는가?
    내면의 목소리 중에 외부의 자극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부분은 대부분 마침표로 끝나지 않는다. 의문형으로 되어 있다. 즉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내용보다는 “나는 누구일까?”와 같은 식이다. “주인공의 꿈에 대한 도전을 통해 교훈을 얻게 된다”가 아니라 “만약 주인공이라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와 같다. “이런 책이 있구나”가 아니라 “어떻게 이런 책이?” 하는 식이기도 하다. 미소년 미소녀가 주인공과 조연으로 빽빽하게 나오는 책 속에도 청소년이 있다. 그리고 그런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재미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청소년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 손을 잡아줄 마음이 세상 어딘가에는 준비되어 있다. 그런 곳들 중 하나가 도서관이라면? 적어도 나에게 도서관은 늘 그런 곳이었다. 결국은 마음이다. 작가도 자신의 마음을 담아 책을 쓴다. 독자는 자신의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 등도 세상의 많은 책 중에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책을 골라 서고에 놓고, 그것도 아쉬워 별도로 추천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할 때는 적어도 이 세 가지 이상의 마음이 통해야 하니 차라리 기적에 가깝다고 할 만하다. 그래서 힘들다. 하지만 기적은 그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성공하면 “기적”이라며 세상 사람들이 진심으로 감탄하게 될 정도로. 부디 여러분 모두 도서관에서의 기적으로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이남석
    어린이부터 성인 대상까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책을 썼다. 현재는 꿈을 따라가는 청소년의 마음으로 신개념 문화 카페 <문화로스팅>에 도전하는 한편, 다양한 기관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그동안 『뭘 해도 괜찮아』, 『어쩌다 영웅』, 『우리 친구 맞아』 등의 책을 썼으며 일부 도서는 중국 대만 등에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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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의 인생에는 선택의 이유가 있다 프로그램 정보
    누군가의 인생에는 선택의 이유가 있다
    칼럼명 누군가의 인생에는 선택의 이유가 있다
    집필자 정미숙 (산청 간디고등학교 교감 )
    내용 젊은 날, 지방 소도시에서 국립대학을 다니던 내게는 넓은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20대의 불안정한 시간을 가파르게 건너본 이라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그 동경이란 구체적인 것이라기보단 막연하고도 모호한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절실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넓은 세상, 서울 혹은 먼 이국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혀 있던 내게 사실은 그 생각이 자신을 주변부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쳐 주시고, 정신이 번쩍 들게 일깨우신 분은 모교의 은사님이었다. 선생님은 당시 대학의 많은 젊은이들이 변방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을 키우려는 노력도, 새로운 도전도 지레 포기한 채 겉돌듯이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셨고, 선생님을 지근거리에서 모실 수 있었던 덕에 나는 곧 그 미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때와 견주어 지금의 내가 처한 물리적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작은 시골에서 고등학생들과 좋은 글을 찾아 읽고,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인가를 함께 이야기 나누는 한낱 서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은 어른이자 선생인 내게도 여전히 불확실하고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 위안이 되었던 작품이 프리츠 오르트만의 소설 『곰스크로 가는 기차』였다.

    불확실하고 흔들리는 삶
    주인공은, 아버지를 통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르는 곰스크라는 도시에 대해 들은 뒤 막연하게 그곳에 가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신혼여행의 목적지로 그곳을 정한 뒤 자신의 유일한 꿈인 곰스크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들의 곰스크행은 생각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기차가 떠나자마자 아내는 불안한 이야기를 꺼내며 석연찮은 마음을 비치고, 간이역에서는 엉뚱한 이야기로 시간을 끌어 곰스크행 기차를 어이없게도 놓쳐 버리고 만다.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 기차를 무조건 기다리며 여인숙에 묵게 된 그들 곁에 전혀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아내는, 마치 자신들이 그곳에 눌러살기라도 할 것처럼 정을 붙이고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언제든지 떠나려는 남편을 타박하며 기차표를 사야 할 돈으로 쓸모도 없는 안락의 자를 사서 들여놓기까지 한다. 드디어 어렵게 장만한 돈으로 곰스크행 티켓을 마련했으나 이번에도 아내가 안락의자를 기어이 기차에 싣겠노라고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이들은 결국 또 기차를 놓치고 만다.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은 기차를 놓쳐버리고도 주인공은 곰스크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여인숙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어렵게 돈을 모아서 곰스크행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곰 스크행이 또 뒤로 미뤄졌다. 생은 어쩌면 이토록 굽이굽이에 발목을 잡는 순간을 마련해 놓았는지···. 주인공은 거의 절망에 가까운 심정이었지만 곰스크에서 벌어질 일이란 ‘내용을 하나도 알 수 없는 책과 같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꿈이 실현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을 서서히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자기 역시 생전에 두 눈으로 곰스크를 못 볼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아빠가 된 주인공은 무슨 일이든 해서 아이를 길러야 했고 그러던 중, 마을의 연로하신 교사가 아내를 잃은 후 쇠약해져 급히 새 교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가 이를 적극 권하고 나서자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 이, 이 시골구석 마을의 선생으로 끝나게 될 것을 짐작하고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는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 거죠.”라며 남편을 채근한다. 그리고 그들에겐 일정한 수입과 서재와 책을 읽고 정원을 돌볼 시간이 충분한 삶이 주어졌다. 그러는 사이 누구도 곰스크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주인공에게 연로하신 선생님이 말한다. “가지 않은 게 좋은 선택이었을 거요. 우리가 원한 것은 아마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생의 의미는 오직 우리 손에 달려있다
    살면서 가끔,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있는 곳이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고 운명에 맞서 저항하고픈 생각이 일어나는 때를 만나곤 했다. 아니, 인간은 누구나 지금 자기가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꿈꾸도록 만들어진 존재는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아무리 그 전에 간절하게 원했고 갖고 싶었던 것일지라도, 갖게 된 그 순간 이미 그것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잊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깜짝깜짝 놀라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20대 내 존재를 온통 뒤흔들던 그 미망과 불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고 우리는 누구나 다 불완전한 상태로 이 세상에 잠시 던져진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아이들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또 서로에게 던져 보곤 했다. 그리고 누구나의 인생에는 선택의 순간과 그 선택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존재하는 법이며, 그 이유는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자신만의 것이므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희미하게나마 알게도 되었다. 수업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생의 의미는 오직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것, 무수히 많은 곰스크행 기차가 우리 곁을 지나가지만 정작 우리는 그 순간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아닌지, 어쩌면 불안하고 아픈 지금 이 순간순간이야말로 곰스크행 기차를 타고 가는 순간인지도 모를 일이라고.

    정미숙
    현재 산청 간디고등학교에서 교감 역할을 통해 동료들의 교육 활동을 돕고 있다. 아이들과는 삶과 철학이라는 수업에서 학교 철학과 인권을 주제로 만나고 있는 중이다. 자연 속에서 예쁜 아이들 만나고 좋은 문학 작품 찾아 읽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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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으로 만나고 해결하는 청소년의 질문 프로그램 정보
    책으로 만나고 해결하는 청소년의 질문
    칼럼명 책으로 만나고 해결하는 청소년의 질문
    집필자 김지은 (작가)
    내용 청소년 문학은 성장기의 질문을 담고 있다. 내가 이 집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겁이 많을까,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일까,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영원한 친구는 있을까 등 청소년기의 질문은 존재론에서부터 연애와 우정, 진로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좋은 청소년 문학은 독자들의 질문을 섬세하게 반영한다. 청소년기의 하루는 수없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질문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때로는 깊고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질문하는 사람은 앞으로 세계가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진취적인 사람이다.
    자신에게는 심각한 질문이지만 타인에게 공개하는 일에는 용기나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다. 내가 그 사실을 모른다거나,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깥에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을 만났을 때 반가운 이유는 이런 데 있다. 누구에게도 선뜻 의논하기 어려워 내면에 감추어둔 질문을 주인공이 대신 물어봐 주고 책 속의 세상에서 얻는 경험을 통해서 답을 찾아 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차마 묻지 못했던 것, 질문한다는 것조차 두려워서 떠올리기 싫었던 생각, 나에게는 중요한데 누군가에게는 우스울까 봐 꺼내지 못했던 진지한 궁금증을 책 안에서 만나고 책 안에서 해결한다. 내 질문을 정확히 이해해 주는 책을 읽으면 통쾌하고 작가에게 신뢰가 간다. 그 책에서 또 다른 질문이 생겨날 때도 많다. 그러면 독자는 책을 가만두지 않는다. 되풀이해서 읽어 보거나 새로운 해답이 있을 만한 다른 책으로 옮겨간다. 그렇게 청소년은 독자로 자라난다.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아지면 생활 속에서 진지한 질문이 점점 줄어들고 전략적인 질문만 늘어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은 데다 답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자신은 경험으로 이미 잘 알고 있다며 고집을 부리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를 떠보기 위해서, 아니면 편들기 위해서 궁금증보다는 의도가 앞선 질문을 내놓기도 한다. 질문하는 척하면서 실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서 자문자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질문자는 책을 멀리하게 된다. 질문의 해답은 이미 자기 자신이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삶, 질문 없는 삶은 정체된 삶이다. 화석 같은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청소년기에 책 읽을 때 지니고 있던 푸른 생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소리 없는 질문과 대답의 왕국
    책 읽는 사람으로서 좋은 질문은 어떤 질문일까? 처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들은 대개 엉뚱하다. 누구를 편들거나 무엇을 뽐내기 위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질문의 방향도 자유로워서 어느 쪽으로 다음 질문이 날아갈지 자신도 잘 모른다. 책은 이야기의 처음, 고민의 처음부터 묻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반긴다. 어떤 해답이든 문제의 첫 줄을 잘 읽지 않으면 발견해낼 수 없다. 질문하면서 연달아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 질문, 자신이 달라지는 질문도 좋은 질문이다. 물음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와 세계의 테두리를 확장해 나가는 것은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독서광들은 대부분 책 읽는 동안 내면에서 느껴지는 변화의 매력을 못 잊는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질문이 많았지만 질문을 잘 꺼내지는 않는 아이였다. 내 곁에도 손을 번쩍 들고 궁금한 것은 곧바로 묻는 친구들이 있었으나 나는 주로 입을 다물었던 것 같다. 눈치는 빠르고 용기는 없었다. 세상은 이상한 것으로 가득했고 놀라운 일을 보면 나도 까닭을 알고 싶었지만, 질문을 던지면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곳곳에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였던 나는 한 반에 80명이나 되는 과밀 학급에서 교육받았고 가족은 많았으며 돌아보면 내 질문을 들어줄 여유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 담임선생은 아이들의 사고를 막는 일만으로도 몹시 지쳐 있었고 교장 선생님은 2부제로 진행된 입학식 훈화에서 “선생님을 힘들게 하지 않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라. 말씀 잘 듣는 조용한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일은 선생님에게 큰 실례가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당시의 학교는 가만히 들어야 칭찬받고 물어보면 눈치를 받는 곳이었다. 쓸데없는 것은 묻지 말라고 했다. 기가 약한 편인 나는 덩치 큰 어른과 큰 개를 무서워했는데 어른들에게 뭘 물어보려면 큰 개를 만났을 때처럼 심호흡을 해야만 했다. 내가 질문을 꺼내지 못하게 했던 두려운 분위기에 대한 기억은 지금까지 생생하다.
    그러나 질문은 입술을 다물고 참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Q&A는 동화와 백과사전, 책 안으로 숨어들었고 소리는 없지만 분주하게 이어졌다. 날마다 솟아오르는 그 수많은 물음에 귀 기울여 주고 성심껏 대답을 들려주었던 책들이 없었다면 나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청소년기를 제대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책 속의 친구들이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솟았다. 도서관은 나의 은인이다.
    새해를 맞아 더 많은 질문이 세상에 넘쳐났으면 좋겠다. 어떤 질문은 과감하게 곧바로 세계를 향하겠지만 어떤 질문은 책을 파고들 것이다. 그럴 때마다 책은 한결같은 동료가 되어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도서관은 소리 없는 질문과 대답의 왕국이다. 모두에게 화려한 질문의 모험이 펼쳐지는 2018년이 되기를 바란다.

    김지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그림책과 아동청소년문학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출판사 창비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서천석의 아이와 나’, EBS ‘라디오 멘토 부모’, ‘시 콘서트’ 등에서 어린이책 코너를 맡아 방송했다. 지은 책으로는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거짓말하는 어른』, 『달려라, 그림책 버스』(공저),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등이 있고, 그림책 『우리들의 비밀 놀이터』, 『안녕, 낙하산』, 『우리 아기 좀 보세요』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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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로는 우리 생애에 블랙홀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프로그램 정보
    때로는 우리 생애에 블랙홀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칼럼명 때로는 우리 생애에 블랙홀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집필자 허은실 (아동문학가)
    내용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으로부터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에 대해 칼럼을 써 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머릿속에서 수많은 책이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해서 지금은 그림책 작가가 된 나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책이 내 인생에 영향을 끼쳤으며, 또 얼마나 많은 책이 내 손을 탔겠는가!
    아주 오래전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림책이 귀했던 1970년대에 계몽사 세계명작동화전집에서 『무민 골짜기에 나타난 혜성』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에게 매료되어 날마다 종이 위에 캐릭터를 따라 그리면서 즐거운 상상 놀이를 하곤 했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도 그랬다. 주인공 남매가 우연히 옷장 안으로 들어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 무척이나 놀랍고 신선했을까? 옷장 안을 기웃기웃하며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생기길 바랐다. 그리고 주인공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얼음 나라로 여행하는 이야기를 끼적여 보기도 했다. 모두 6~7살 때 얘기이다.
    그러다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어른이 되었을 때 또다시 내 인생을 뒤흔든 메가톤급 책을 만났다.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다! 우와, 세상에 이런 괴물 같은 책이 있다니! 하루 만에 후다닥 다 읽었다! 그렇게 해서 읽기 시작한 『해리 포터』 시리즈 원서 7권이 지금도 내 책장 한가운데에 자랑스럽게 꽂혀 있다. 난 이 책들을 볼 때마다 두 눈을 번뜩이며 밤새워 읽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이렇게 책은 나와 함께하면서 나를 상상과 환상의 세계에서 뛰어놀게 했고, 몰입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으며 밥줄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기도 했는데……. 지금 내가 소개하려는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좀머 씨 이야기』. 이 책은 신기하게도 책 제목과 표지는 기억나는데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으로 이 책이 떠올랐을까? 궁금한 마음에 2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다.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책
    주인공은 해맑고 공상하길 좋아하는 일곱 살 남자아이이다. 나무타기를 잘해서 나무 위로 올라가 바람 소리, 잎사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풍경을 감상하곤 한다. 그런 주인공 아이에게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괴팍한 이웃 좀머 씨이다.
    좀머 씨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밖으로 쏘다닌다. 하지만 그가 어디를 가는지, 무엇 때문에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좀머 씨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이 마을 저 마을로 수많은 발자국을 남기지만 이웃들에게 그는 단지 투명인간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아빠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와 우박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나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가는 좀머 씨를 발견한다. 아버지는 좀머 씨에게 차에 타라고 권유하지만 좀머 씨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그러다가 죽겠어요!” 아버지의 절박한 외침에 마침내 좀머 씨가 분명한 어조로 대답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그로부터 1년 뒤, 아이는 좀머 씨와 또다시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그날은 아이에게 정말 운 나쁜 힘든 날이었다. 피아노 레슨에 늦은 데다가 연습을 하지 못해서 피아노를 엉망진창으로 치고 말았다. 게다가 선생님이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코딱지가 하필 피아노 건반에 달라붙을 건 또 뭐람. 아이가 더러운 코딱지를 피해 다른 건반을 누르는 바람에 결국 선생님의 화가 폭발했다. “네 물건 싸 가지고 꺼져 버려!”
    세상이 원망스러운 아이는 죽기로 결심하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아뿔싸! 나무 밑에 좀머 씨가 있는 게 아닌가! 땅바닥에 드러눕더니 일 초도 안 되어 고통스러운 한숨을 쉬며 바로 일어나는 좀머 씨. 평생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을 본 아이는 고작 코딱지 때문에 뛰어내리는 게 우스워 보여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5, 6년이 지난 어느 날, 아이는 저녁 무렵 집으로 가는 길에 호수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좀머 씨를 보게 된다. 너무나 당혹스러워서 돌처럼 굳어 버린 주인공. 도와 달라고 소리치지도 못하고 좀머 씨의 죽음을 그저 침묵하고 만다.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간청하듯 절규했던 좀머 씨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이런 내용이었어.’ 책을 덮으면서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왜 이 책이 내 마음을 건드렸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 난 이 책을 어린아이의 성장소설로 생각하면서 주인공을 응원했던 것 같다. 나도 주인공처럼 공상가에다 소심하고 부끄럼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나의 유년 시절이 떠올랐을 게다. 그래서 아이가 같은 반 여학생의 솜털 많은 목덜미나 귓불에 입을 갖다 대는 꿈을 꿀 때는 나도 한때 짝사랑한 적 있는 남학생을 떠올렸을 테고, 신경질적인 피아노 선생님한테 차마 코딱지가 검은 건반에 묻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쩔쩔 매는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감하면서 깔깔대고 웃지 않았을까?

    생각과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책
    그런데 사십 대가 되어 다시 읽어 보니 좀머 씨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아니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스스로를 밖으로 내몰았던 좀머 씨. 그는 진정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까? 삶이었을까, 죽음이었을까? 아님 고통스러운 자신의 과거였을까? 작가는 끝까지 좀머 씨의 과거를 짐작할 만한 어떠한 단서도 흘리지 않았다. 마치 독자들에게 알아서 상상하라는 듯. 그래서 이 책은 두께는 얇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주제도 수수께끼 암호처럼 애매모호하다. ‘네 이웃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라.’, ‘타인의 삶에 간섭하는 오지랖을 떨지 마라!’ 그런 건가? “도대체 이 책 주제가 뭐예요?”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게다가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질문이 와글와글 댄다. 주인공 아이는 왜 좀머 씨를 붙잡지 않았을까?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좀머 씨를 강하게 붙잡아 주었다면 좀머 씨의 삶이 달라지진 않았을까? 우리는 타인의 삶에 어디까지 끼어들어야 할까? 간섭과 방관의 균형점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고 고구마 백 개를 한꺼번에 먹은 듯 답답해진다. 밤 새워 침 튀겨 가며 토론해 봐도 딱히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블랙홀 같은 책. 이 책은 독서토론 도서로 딱이다!
    난 이 책을 20년 뒤에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내 삶의 경험치가 너무 얄팍해서 답을 얻지 못하는 거라면 20년 뒤에 다시 읽어 보면 그땐 답을 풀 수 있는 있는 지혜가 생기지 않을까? 그땐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여전히 수많은 생각이 가지를 치며 이리저리 뻗어나간다. 빤한 정답이 보이지 않는 책, 생각과 마음을 툭툭 건드려 두고두고 곱씹게 만드는 책. 좋은 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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