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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National Library for chldren and young ad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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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은 2006년 12월 23일부터 사회 저명인사와 평론가, 작가, 칼럼니스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청소년에게 책·독서에 대한 단상 및 독서의 중요성 등에 대한 칼럼을 집필하고 있으며, 「도서관이야기(월간)」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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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으로 만나고 해결하는 청소년의 질문 프로그램 정보
    책으로 만나고 해결하는 청소년의 질문
    칼럼명 책으로 만나고 해결하는 청소년의 질문
    집필자 김지은 (작가)
    내용 청소년 문학은 성장기의 질문을 담고 있다. 내가 이 집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겁이 많을까,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일까,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영원한 친구는 있을까 등 청소년기의 질문은 존재론에서부터 연애와 우정, 진로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좋은 청소년 문학은 독자들의 질문을 섬세하게 반영한다. 청소년기의 하루는 수없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질문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때로는 깊고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질문하는 사람은 앞으로 세계가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진취적인 사람이다.
    자신에게는 심각한 질문이지만 타인에게 공개하는 일에는 용기나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다. 내가 그 사실을 모른다거나,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깥에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을 만났을 때 반가운 이유는 이런 데 있다. 누구에게도 선뜻 의논하기 어려워 내면에 감추어둔 질문을 주인공이 대신 물어봐 주고 책 속의 세상에서 얻는 경험을 통해서 답을 찾아 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차마 묻지 못했던 것, 질문한다는 것조차 두려워서 떠올리기 싫었던 생각, 나에게는 중요한데 누군가에게는 우스울까 봐 꺼내지 못했던 진지한 궁금증을 책 안에서 만나고 책 안에서 해결한다. 내 질문을 정확히 이해해 주는 책을 읽으면 통쾌하고 작가에게 신뢰가 간다. 그 책에서 또 다른 질문이 생겨날 때도 많다. 그러면 독자는 책을 가만두지 않는다. 되풀이해서 읽어 보거나 새로운 해답이 있을 만한 다른 책으로 옮겨간다. 그렇게 청소년은 독자로 자라난다.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아지면 생활 속에서 진지한 질문이 점점 줄어들고 전략적인 질문만 늘어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은 데다 답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자신은 경험으로 이미 잘 알고 있다며 고집을 부리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를 떠보기 위해서, 아니면 편들기 위해서 궁금증보다는 의도가 앞선 질문을 내놓기도 한다. 질문하는 척하면서 실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서 자문자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질문자는 책을 멀리하게 된다. 질문의 해답은 이미 자기 자신이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삶, 질문 없는 삶은 정체된 삶이다. 화석 같은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청소년기에 책 읽을 때 지니고 있던 푸른 생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소리 없는 질문과 대답의 왕국
    책 읽는 사람으로서 좋은 질문은 어떤 질문일까? 처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들은 대개 엉뚱하다. 누구를 편들거나 무엇을 뽐내기 위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질문의 방향도 자유로워서 어느 쪽으로 다음 질문이 날아갈지 자신도 잘 모른다. 책은 이야기의 처음, 고민의 처음부터 묻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반긴다. 어떤 해답이든 문제의 첫 줄을 잘 읽지 않으면 발견해낼 수 없다. 질문하면서 연달아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 질문, 자신이 달라지는 질문도 좋은 질문이다. 물음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와 세계의 테두리를 확장해 나가는 것은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독서광들은 대부분 책 읽는 동안 내면에서 느껴지는 변화의 매력을 못 잊는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질문이 많았지만 질문을 잘 꺼내지는 않는 아이였다. 내 곁에도 손을 번쩍 들고 궁금한 것은 곧바로 묻는 친구들이 있었으나 나는 주로 입을 다물었던 것 같다. 눈치는 빠르고 용기는 없었다. 세상은 이상한 것으로 가득했고 놀라운 일을 보면 나도 까닭을 알고 싶었지만, 질문을 던지면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곳곳에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였던 나는 한 반에 80명이나 되는 과밀 학급에서 교육받았고 가족은 많았으며 돌아보면 내 질문을 들어줄 여유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 담임선생은 아이들의 사고를 막는 일만으로도 몹시 지쳐 있었고 교장 선생님은 2부제로 진행된 입학식 훈화에서 “선생님을 힘들게 하지 않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라. 말씀 잘 듣는 조용한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일은 선생님에게 큰 실례가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당시의 학교는 가만히 들어야 칭찬받고 물어보면 눈치를 받는 곳이었다. 쓸데없는 것은 묻지 말라고 했다. 기가 약한 편인 나는 덩치 큰 어른과 큰 개를 무서워했는데 어른들에게 뭘 물어보려면 큰 개를 만났을 때처럼 심호흡을 해야만 했다. 내가 질문을 꺼내지 못하게 했던 두려운 분위기에 대한 기억은 지금까지 생생하다.
    그러나 질문은 입술을 다물고 참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Q&A는 동화와 백과사전, 책 안으로 숨어들었고 소리는 없지만 분주하게 이어졌다. 날마다 솟아오르는 그 수많은 물음에 귀 기울여 주고 성심껏 대답을 들려주었던 책들이 없었다면 나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청소년기를 제대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책 속의 친구들이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솟았다. 도서관은 나의 은인이다.
    새해를 맞아 더 많은 질문이 세상에 넘쳐났으면 좋겠다. 어떤 질문은 과감하게 곧바로 세계를 향하겠지만 어떤 질문은 책을 파고들 것이다. 그럴 때마다 책은 한결같은 동료가 되어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도서관은 소리 없는 질문과 대답의 왕국이다. 모두에게 화려한 질문의 모험이 펼쳐지는 2018년이 되기를 바란다.

    김지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그림책과 아동청소년문학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출판사 창비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서천석의 아이와 나’, EBS ‘라디오 멘토 부모’, ‘시 콘서트’ 등에서 어린이책 코너를 맡아 방송했다. 지은 책으로는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거짓말하는 어른』, 『달려라, 그림책 버스』(공저),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등이 있고, 그림책 『우리들의 비밀 놀이터』, 『안녕, 낙하산』, 『우리 아기 좀 보세요』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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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로는 우리 생애에 블랙홀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프로그램 정보
    때로는 우리 생애에 블랙홀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칼럼명 때로는 우리 생애에 블랙홀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집필자 허은실 (아동문학가)
    내용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으로부터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에 대해 칼럼을 써 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머릿속에서 수많은 책이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해서 지금은 그림책 작가가 된 나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책이 내 인생에 영향을 끼쳤으며, 또 얼마나 많은 책이 내 손을 탔겠는가!
    아주 오래전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림책이 귀했던 1970년대에 계몽사 세계명작동화전집에서 『무민 골짜기에 나타난 혜성』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에게 매료되어 날마다 종이 위에 캐릭터를 따라 그리면서 즐거운 상상 놀이를 하곤 했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도 그랬다. 주인공 남매가 우연히 옷장 안으로 들어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 무척이나 놀랍고 신선했을까? 옷장 안을 기웃기웃하며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생기길 바랐다. 그리고 주인공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얼음 나라로 여행하는 이야기를 끼적여 보기도 했다. 모두 6~7살 때 얘기이다.
    그러다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어른이 되었을 때 또다시 내 인생을 뒤흔든 메가톤급 책을 만났다.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다! 우와, 세상에 이런 괴물 같은 책이 있다니! 하루 만에 후다닥 다 읽었다! 그렇게 해서 읽기 시작한 『해리 포터』 시리즈 원서 7권이 지금도 내 책장 한가운데에 자랑스럽게 꽂혀 있다. 난 이 책들을 볼 때마다 두 눈을 번뜩이며 밤새워 읽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이렇게 책은 나와 함께하면서 나를 상상과 환상의 세계에서 뛰어놀게 했고, 몰입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으며 밥줄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기도 했는데……. 지금 내가 소개하려는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좀머 씨 이야기』. 이 책은 신기하게도 책 제목과 표지는 기억나는데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으로 이 책이 떠올랐을까? 궁금한 마음에 2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다.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책
    주인공은 해맑고 공상하길 좋아하는 일곱 살 남자아이이다. 나무타기를 잘해서 나무 위로 올라가 바람 소리, 잎사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풍경을 감상하곤 한다. 그런 주인공 아이에게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괴팍한 이웃 좀머 씨이다.
    좀머 씨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밖으로 쏘다닌다. 하지만 그가 어디를 가는지, 무엇 때문에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좀머 씨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이 마을 저 마을로 수많은 발자국을 남기지만 이웃들에게 그는 단지 투명인간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아빠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와 우박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나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가는 좀머 씨를 발견한다. 아버지는 좀머 씨에게 차에 타라고 권유하지만 좀머 씨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그러다가 죽겠어요!” 아버지의 절박한 외침에 마침내 좀머 씨가 분명한 어조로 대답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그로부터 1년 뒤, 아이는 좀머 씨와 또다시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그날은 아이에게 정말 운 나쁜 힘든 날이었다. 피아노 레슨에 늦은 데다가 연습을 하지 못해서 피아노를 엉망진창으로 치고 말았다. 게다가 선생님이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코딱지가 하필 피아노 건반에 달라붙을 건 또 뭐람. 아이가 더러운 코딱지를 피해 다른 건반을 누르는 바람에 결국 선생님의 화가 폭발했다. “네 물건 싸 가지고 꺼져 버려!”
    세상이 원망스러운 아이는 죽기로 결심하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아뿔싸! 나무 밑에 좀머 씨가 있는 게 아닌가! 땅바닥에 드러눕더니 일 초도 안 되어 고통스러운 한숨을 쉬며 바로 일어나는 좀머 씨. 평생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을 본 아이는 고작 코딱지 때문에 뛰어내리는 게 우스워 보여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5, 6년이 지난 어느 날, 아이는 저녁 무렵 집으로 가는 길에 호수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좀머 씨를 보게 된다. 너무나 당혹스러워서 돌처럼 굳어 버린 주인공. 도와 달라고 소리치지도 못하고 좀머 씨의 죽음을 그저 침묵하고 만다.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간청하듯 절규했던 좀머 씨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이런 내용이었어.’ 책을 덮으면서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왜 이 책이 내 마음을 건드렸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 난 이 책을 어린아이의 성장소설로 생각하면서 주인공을 응원했던 것 같다. 나도 주인공처럼 공상가에다 소심하고 부끄럼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나의 유년 시절이 떠올랐을 게다. 그래서 아이가 같은 반 여학생의 솜털 많은 목덜미나 귓불에 입을 갖다 대는 꿈을 꿀 때는 나도 한때 짝사랑한 적 있는 남학생을 떠올렸을 테고, 신경질적인 피아노 선생님한테 차마 코딱지가 검은 건반에 묻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쩔쩔 매는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감하면서 깔깔대고 웃지 않았을까?

    생각과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책
    그런데 사십 대가 되어 다시 읽어 보니 좀머 씨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아니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스스로를 밖으로 내몰았던 좀머 씨. 그는 진정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까? 삶이었을까, 죽음이었을까? 아님 고통스러운 자신의 과거였을까? 작가는 끝까지 좀머 씨의 과거를 짐작할 만한 어떠한 단서도 흘리지 않았다. 마치 독자들에게 알아서 상상하라는 듯. 그래서 이 책은 두께는 얇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주제도 수수께끼 암호처럼 애매모호하다. ‘네 이웃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라.’, ‘타인의 삶에 간섭하는 오지랖을 떨지 마라!’ 그런 건가? “도대체 이 책 주제가 뭐예요?”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게다가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질문이 와글와글 댄다. 주인공 아이는 왜 좀머 씨를 붙잡지 않았을까?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좀머 씨를 강하게 붙잡아 주었다면 좀머 씨의 삶이 달라지진 않았을까? 우리는 타인의 삶에 어디까지 끼어들어야 할까? 간섭과 방관의 균형점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고 고구마 백 개를 한꺼번에 먹은 듯 답답해진다. 밤 새워 침 튀겨 가며 토론해 봐도 딱히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블랙홀 같은 책. 이 책은 독서토론 도서로 딱이다!
    난 이 책을 20년 뒤에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내 삶의 경험치가 너무 얄팍해서 답을 얻지 못하는 거라면 20년 뒤에 다시 읽어 보면 그땐 답을 풀 수 있는 있는 지혜가 생기지 않을까? 그땐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여전히 수많은 생각이 가지를 치며 이리저리 뻗어나간다. 빤한 정답이 보이지 않는 책, 생각과 마음을 툭툭 건드려 두고두고 곱씹게 만드는 책. 좋은 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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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2만 6,500자의 메시지 프로그램 정보
    52만 6,500자의 메시지
    칼럼명 52만 6,500자의 메시지
    집필자 김영수 (한국 사마천학회 이사장 )
    내용 중국 역사 5천 년 중 3천 년을 다루고 있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누구나 한 번은 꼭 읽어야 하고 또 읽고 싶어 하는 최고의 역사서이다. 중국의 역사는 물론 중국, 중국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기도 하다. 특히 『사기』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사마천이 성기를 자르는 궁형宮刑까지 자청하고 살아남아 완성한 비운의 역사서이다.
    사마천은 이런 과정을 『사기』의 마지막 권이자 서문에 해당하는 제130 ‘태사공자서’에 비교적 소상히 밝혔는데 다음 두 대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하여 정본은 명산에 감추어 두고, 부본은 서울에 남겨 나중에 성인군자들이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해서 총 130편에 52만 6,500자에 『태사공서』(『사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마천은 자신의 성기를 자르고 피를 토하면서 마무리한 역사서의 정본을 왜 감추어 두겠다고 했으며, 또 왜 굳이 책의 글자 수를 밝혔을까?
    사마천은 47세에 직언하다가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옥에 갇혔고, 48세 때는 억울하게 반역죄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았다. 42세 이후 역사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차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사마천은 지독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마천은 수도 없이 자결을 생각했지만 미처 마치지 못한 역사서 집필이 마음에 걸렸다. 당시 심경을 사마천은 친구 임안任安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니 제가 법에 굴복하여 죽임을 당한다 해도 아홉 마리 소에서 털 오라기 하나가 없어지는 것(구우일모九牛一毛)과 같고,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미물과도 하등 다를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세상은 절개를 위해 죽은 사람처럼 취급하기는커녕 죄가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죽었다고 여길 것입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평소에 제가 해 놓은 것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습니다. 이는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마천은 살아남아 역사서를 완성하기 위해 죽음보다 치욕스러운 궁형을 자청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역사서의 내용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심경을 밝힌 사마천의 고백이다.

    “그러나 제 생각을 다 밝힐 수 없었으며 주상께서도 제 뜻을 이해 못 하시고 제가 이사 장군을 비방하고 이릉을 위해 유세한다고 생각하셔서 결국 법관에게 넘겨졌습니다. 간절한 저의 충정은 끝내 드러나지 못했고, 근거 없이 황제를 비방했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집안이 가난하여 사형을 면할 수 있는 재물도 없었고, 사귀던 벗들도 구하려 하지 않았으며, 황제의 측근들은 한마디도 해 주지 않았습니다.”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다 되레 벌을 받는 일보다 더 참혹한 화는 없으며, 마음을 상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슬픔은 없으며,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보다 더 추한 행동도 없으며, 궁형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치욕은 없습니다.”

    사마천은 옥에 갇혔던 3년 사이 모든 것을 다시 생각했다. 권력과 권력자의 속성, 인심과 세태의 냉랭함, 인간의 본질 등에 대해 깊이 고뇌하고 통찰했다. 그 결과 그는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가 권력자를 비롯한 일부 지배층이 아닌 수많은 보통 사람임을 확실하게 인식했다. 이에 그는 권력자에게 가차 없는 비판의 붓을 휘둘렀다. 사마천은 역사서의 내용을 이렇게 바꾸었다.
    문제는 이 역사서가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려 폐기당할 수 있다는 현실이었다. 사마천이 정본을 감추어 두겠다고 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를 후대에 무사히 전하기 위해 『사기』의 서술에도 각별히 심혈을 기울였다. 권력자와 그 앞잡이들이 자신의 의도를 바로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온갖 비유법(직유, 은유, 상징, 반어 등)을 동원했고, 특히 깊게 생각하여 통찰하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게 글자와 문장을 압축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사기』는 ‘어지러운 책’이란 뜻의 ‘난서亂書’로 불렸다(지금은 ‘어려운 책’이란 뜻의 ‘난서難書’로 불린다).
    그렇다면 글자 수를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이 숫자는 단순히 『사기』의 글자 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투옥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죽음보다 치욕스러운 궁형을 자청하고 천신만고 끝에 풀려나 『사기』를 완성하기까지 그가 겪은 모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결정체에 다름 아니다. 그는 이를 3천 년 통사에 압축해 넣었던 것이다. 52만 6,500자는 사마천의 삶과 정신을 장장 3천 년 역사에 고도로 압축해서 알알이 새겨 넣은 전무후무한 압축 파일이라 할 수 있다. 사마천의 문장이 그 어떤 문장과 격을 달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마천이 글자 수를 밝힌 현실적 까닭은 어쩌면 후대에 자신의 책이 어떤 식으로든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사마천 사후 약 반 세기 뒤 저소손?少孫이 『사기』의 훼손된 부분을 보충한다는 구실로 손을 댔다. 그리고 지금 남아 있는 『사기』 판본의 글자 수는 55만 5,660자로 사마천이 밝힌 52만 6,500자와 약 3만 자의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51만 440자 정도를 『사기』의 원문으로 보는데, 그렇다면 후세에 보완된 글자 수가 4만 5,220자에 이르는 셈이다.
    『사기』는 사마천 개인의 삶과 정신세계를 역사에 반영한, 지극히 주관적인 역사서이며, ‘태사공자서’는 그런 의도와 취지를 간결하게 전하는 절묘한 저자 서문이다. 사마천의 이러한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한 사람은 많지 않다. 사마천과 『사기』 연구가 이장지李長之가 “지금까지 이렇게 작자 개인의 색채를 갖춘 역사서는 없었다. 사마천 자신의 생활 경험, 생활 배경이 있고, 자기 정감의 작용이 있고, 자신의 오장육부와 심장이 그 안에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포괄하는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사마천 자신의 기가 막힌 전기이기도 하다.”라고 평한 것이 그나마 사마천의 이런 의도와 생각을 제대로 짚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태사공자서’는 사마천이 창안한 작가 정신의 발로이며, 『사기』의 정신적 명맥命脈이자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는 문장의 격을 만끽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편이라 할 수 있다. 사마천은 이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2000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히 그가 남긴 52만 6,500자의 압축 파일을 풀어야 할 것이다.

    김영수

    한국 사마천학회 이사장. 영산 원불교대학교(현 영상 선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외국인 최초로 중국 산시성 한성시 사마천학회 정회원이 되었다. 2007년 EBS 특별 기획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총 32회)에 출연했고 국내 유수 대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사마천의 『사기』 관련 리더십, 인재론, 인문경영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역사의 경고?우리 안의 간신현상』,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1,2), 『사기를 읽다』,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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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에서 만난 성품 그리고 행복 프로그램 정보
    책에서 만난 성품 그리고 행복
    칼럼명 책에서 만난 성품 그리고 행복
    집필자 이영숙 (한국성품협회 대표)
    내용 아들과 갈등하며 깨달은 ‘성품 교육’
    자녀 교육? 그건 자신 있지! 아들을 셋이나 낳아 키우는 부모인 데다 교육학을 전공해서 학위를 받고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한다. 질문의 바탕에는 대개 우리 집 아이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큰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4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왔다. 남편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고시에 합격하여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사람이므로 아들이 40점을 맞았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했다. 대체 성적이 이게 뭐냐고 아이를 다그치다가 급기야 “다음에도 점수가 이 모양이면 그때는 100대다.”라며 다짐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다음 시험에서 아이의 성적은 오히려 더 떨어졌고, 남편은 약속대로 방문을 잠근 채 아이를 100대나 때렸다.
    그러나 아들의 성적은 그 후로도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섭식장애까지 생겨서 몸무게가 자그마치 150킬로그램까지 불었다. 부모 자식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드디어 엄마와 아빠를 향해 절규했다.
    “아빠, 그때 왜 저를 100대씩이나 때렸어요? 그날 저는 ‘나중에 아빠한테 꼭 복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엄마는 그때 어디에 있었어요? 왜 아들을 보호하지 않았어요?”
    우리 부부는 아들의 절규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매우 잘못된 교육을 해 온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아들에게 울면서 사과했고, 그 후에야 우리는 진정한 화해에 이르렀다.
    나는 이 사건을 겪고 ‘내가 그동안 배운 교육은 대체 뭘까?’, ‘내가 가르치는 교육이란 게 또 뭘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의 잘못을 생각하면서 박사학위를 갖고, 좋은 직장에 가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이 좋은 부모의 자격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것으로 한 사람의 행복이 결정된다고 보장받기도 어려움을 깨달았다.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성품’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실제로 성품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품이 바로 당신입니다.’라고 말할 때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평생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느냐 하는 것도 그 사람의 성품에 달려 있고, 인간관계도 성품에 의해 결정된다. 게다가 성품은 우리 사회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데, 사회구성원 각각의 성품이 그 사회의 의식과 문화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인격론』으로 성품 교육의 중요성을 확신하다
    19세기에 일찍이 성품의 중요성을 깨닫고 ‘성품 훈련’을 강조해 온 사람이 『인격론』의 저자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이다. 그는 의사였으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치 개혁에 전력했다. 부패한 귀족계급과 정치세력을 비판하고 평등하지 못한 선거를 개선하기 위해 피땀을 흘렸다. 그러나 정치 개혁만으로는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악을 제거할 수 없으며, 개인의 인격(성품) 변화를 통해 비로소 세상이 변한다고 확신하고 『인격론』에서 ‘성품이 세상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동력’임을 강조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개인이 성품을 배우고 훈련하는 일이 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하며 교육자로서 내가 해야 할 사명 역시 성품 교육임을 깨달았다. 그 후 30년 동안 나는 전 연령대에 걸쳐 정신적, 심리적, 행동적 특성을 고려해 ‘한국형 12성품 교육’을 개발하고, 많은 유·초·중·고·대학교와 기업에 이를 보급했다. 그 결과 가정과 학교는 물론 직장, 군대 등에 속한 수많은 사람의 성품이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성품의 가치를 배우다
    사단법인 한국성품협회는 한 중학교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품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니?”라는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시험 잘 봤을 때”, “등수가 잘 나왔을 때” 등 온통 성적과 관련된 답변뿐이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추억을 이야기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학업에 매몰되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할 틈이 없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행복, 인간관계, 성품 등 중요한 가치들을 생각해 보게 만들 책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책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다.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은 주인공 ‘작은나무’가 부모와 사별한 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인공은 인디언인 조부모와 함께 지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쁨과 세상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지혜가 무엇인지를 배워 간다.
    주인공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만들어 준 너그럽고 순수하고 사랑스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결코 소유와 권력에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자신을 좋은 성품으로 충만하게 채우고, 또 타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음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머니가 주인공 작은나무에게 ‘영혼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가꾸려는 마음이 욕심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우리는 돈과 권력에 매몰될 경우 자신의 욕심에 점점 잠식되어 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성품 좋은 사람들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 이해하고 사랑함으로써 함께 행복해진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조부모의 사랑과 가르침 덕분에 작은나무는 고아였음에도 따뜻한 영혼을 품고 좋은 성품을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작은나무에게는 행복이 충만했다. 좋은 성품이 어린 소년의 영혼과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 셈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성품의 가치와 진정한 행복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아마도 이 가을, 내 영혼에 따뜻함을 선물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영숙
    사단법인 한국성품협회 대표이자, 한국형 12성품교육론의 창시자이며 건양대학교 대학원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이영숙 박사의 12성품론』, 『인성을 가르치는 학교 만들기』, 『성품대화법』 등이 있으며, 그림책으로는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된 『꿈꾸는 돌멩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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